드디어 졸업전시회가 끝났다. 시각디자인학과 졸업의 가장 큰 관문 중 하나인 졸업 전시회.
내가 무사히 잘 마쳤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.
이번 졸업전시를 통해 배운 점, 느낀 점을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잊을 것 같아서
당장 과제를 해야하지만,,, 감정이 희미해지기 전에 적어보고자 한다.
1. 자기 객관화
나는 늘 자신감이 부족하고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.
스스로 기준점이 높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자기 확신이 없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.
하지만 이번에 졸업 전시를 준비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.
나는 처음으로 남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주고 평가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.
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친구들과 내 작품을 비교해야 했고
그 과정에서 나의 객관적인 위치를 알게 되었다.
나는 분명 못하는 편은 아니다. 사실 따지고 보면...꽤 잘할지도...?
내 인생 모토가 늘 중간보다는 쪼금 더 잘하자인 것을 생각하면 난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.
졸업작품연구 시간에 내가 졸전에 올리고 싶다고 가지고 간 작업물들과
기존에 내 포트폴리오에 있던 작업물들을 비교해보며
'지가 잘해놓고 보는 눈 드럽게 없네'
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이 난다.
내가 올리고 싶은 건 귀여운 고양이 로고였는데... 결과적으로 상상도 못했던 피스들로 졸전을 하게 되었다. 하하핳
근데 지금 보니 역시 교수님 말이 다 맞는 것 같기도? 하하
사실 나...욘나 잘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?
2.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
나는 2020년도에 학교 건물만 봐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학교를 정말 싫어했다.
학교에서의 안 좋은 기억들이 좋았던 기억들을 다 지워버렸다.
학교라는 곳은 그저 날 힘들게 만드는 존재,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.
그래서 늘 학교에 가는 것이 스트레스였다.
학교에 가서도 더이상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고
가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혼자 화장실이나 동방에 가서 울기도 했다. (그 때마다 전화하면 받아줫던 언니들...생각해보니 다시 또 고맙구 ㅠ...)
생각만 해도 배가 아플 정도로 날 힘들게 했던 학교와 오프라인 수업...
나는 내 인생에서 학교를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기피? 혐오? 같은 것이 생겼었다.
(오죽하면 이 학교가 싫어서 대학원 갈까도 고민해봄)
하지만 난 이번 졸업 전시회를 통해서 이런 학교 혐오증(?)을 완전히 극복한 것 같다.
내가 깨닫지 못했지만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학교에 많이 있었다.
단지 내가 너무 힘들어서 땅만 보고 걷느라 주변을 못 둘러 보았을 뿐...
사실 날 사랑해주고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다.
비록 나보다 먼저 졸업하고 다들 학교를 떠났지만 ㅎㅎ
학교는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준 곳이다. 날 힘들게 만든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.
사실 날 사랑해주고 좋아해주던 사람들이 훨씬 많은 곳이다.
이걸 깨달았으니 나는 이제 더이상 학교를 생각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.
늘 날 챙겨주고 예뻐해주셨던 선배들, 좋은 기회를 주신 교수님들, 날 응원해주고 날 보고 멋지다 해주는 다른 과 친구들 다 너무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.
3. 과거 회상
고작 3~4년 사이에 내 생각은 많이 변했다.
예전에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도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웃긴 일이다.
예전에는 날 죽고 싶도록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이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다.
극단적으로 생각했던 모든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.
문득 3년 전의 내 행동이 창피할 때가 있다.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?
내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~라고 생각만 하면 되는 걸까?
아니면 나의 후회되는 행동으로 인하여 기분이 상하였을 다른 이들에게 찾아가서 사과해야 하는 걸까...
잘 모르겠다... 인생은 모르는 것의 연속...
아마 앞으로도 이런 생각의 흐름은 계속 비슷할 것 같다.
계속 변하고, 아무 것도 모르겠고..새롭게 배우겠지...
그러니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, 사서 걱정하지 말고.
감정에 속지 말고 결과가 남는 일에 더 집중해서 내 삶을 가꾸어야겠다.
7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행복한 걸 보면
지금처럼만 하면 7년 후의 나는 더 행복할 수 있을 거야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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